전체 글120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72편 <엑시트> – 살아남는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 〈엑시트〉는 재난 영화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재난 서사의 문법을 상당 부분 비틀어 놓는다. 이 작품은 거대한 음모나 국가적 대응보다는, 아주 개인적인 무력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은 실패했고, 사회적으로 밀려났으며, 더 이상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고 믿지 못한다. 영화는 이 상태에서 재난을 투입한다. 그래서 〈엑시트〉의 재난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이미 무너져 있던 삶을 시험하는 마지막 질문처럼 작동한다.재난 이전의 무력감영화의 시작은 재난과 거리가 멀다. 용남은 취업에 실패했고, 가족 앞에서 늘 미안한 존재다. 그는 성실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했고, 그래서 더 이상 노력하는 법을 믿지 않는다. 이 무력감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감정의 출발점이다. 재난은 이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 2026. 2. 2.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71편 <관상> – 얼굴을 읽는 순간, 운명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관상〉은 얼굴을 읽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을 읽는 영화다. 이 작품에서 얼굴은 단서일 뿐이고, 운명은 고정된 결론이 아니다. 영화는 관상이라는 전통적 장치를 통해 인간이 권력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이 어떻게 얼굴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틀어버리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래서 〈관상〉은 시대극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권력과 인간 심리에 대한 현대적인 드라마다.관상이라는 장치의 의미영화 속 관상은 예언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성의 지도에 가깝다. 얼굴에는 살아온 시간이 남아 있고, 그 시간이 만들어낸 성향이 읽힌다. 하지만 영화는 이 읽힘이 곧 결말을 의미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상을 아는 순간부터 인물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한다.내경이라는 관찰자내경은 세상을.. 2026. 2. 2.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70편 <인천상륙작전> – 전쟁은 전술보다 선택에서 갈린다 〈인천상륙작전〉은 전쟁 영화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이 작품이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것은 전투의 박진감이 아니라 선택의 무게다. 총성이 울리고 포탄이 떨어지는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그 총을 쥐기까지의 망설임과 포탄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 자리에 남아야 했던 사람들의 표정이다. 이 영화는 전쟁을 승패의 기록이 아니라, 결단의 연쇄로 바라본다.전쟁 영화의 방향 설정〈인천상륙작전〉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작전의 역사적 의미나 전략적 정당성을 장황하게 설파하기보다, 그 작전에 투입된 개별 인물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선택은 중요하다. 전쟁은 늘 거대한 이름으로 기록되지만, 실제로 그 현장을 통과하는 것은 이름 없는 개인들이기 때문이다.작전 이전의 긴장영화의 전반부는 .. 2026. 2. 1.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69편 <밀정> –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정체성은 가장 잔인해진다 〈밀정〉은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영웅 서사의 문법을 철저히 거부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용감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흔들렸는가이다. 총을 들고 싸우는 장면보다 더 긴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침묵과 눈빛, 그리고 판단을 미루는 시간이다. 영화는 이 느린 시간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합리화하고, 또 얼마나 늦게 자신의 정체성과 마주하게 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독립운동 영화가 아닌 이유〈밀정〉은 독립운동을 찬양하지 않는다. 대신 독립운동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공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명확한 선과 악의 구도가 없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같은 편이 되지 않고, 일본 경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도 .. 2026. 2. 1.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68편 <서울의 봄> – 총성이 울리기 전, 이미 무너지고 있던 것들 〈서울의 봄〉은 쿠데타를 다룬 영화이지만, 단순한 정치 영화로 분류되기에는 감정의 결이 훨씬 섬세하다. 이 작품은 총과 군복, 명령과 권력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인간과 책임을 떠안는 인간의 대비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래서 이 영화의 긴장감은 총성이 울리는 순간보다, 총성이 울리기 직전의 침묵에서 가장 크게 증폭된다.하룻밤이라는 시간의 압축〈서울의 봄〉은 매우 제한된 시간 안에서 전개된다. 하루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을 따라가지만, 영화가 담아내는 무게는 수십 년에 이른다. 이 시간의 압축은 관객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선택은 빠르게 요구되고, 그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질서가 유지되고 있다는 착각영화의 초반부에서 군 조직은 여전히 질서를 유.. 2026. 1. 31.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67편 <해운대> – 재난 앞에서 드러나는 가장 인간적인 얼굴들 〈해운대〉는 한국 영화사에서 단순히 ‘재난 영화의 시작’으로만 정리되기에는 너무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쓰나미라는 거대한 재난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 중심에는 끝까지 사람이 있다. 무너지는 건 건물이고, 잠기는 건 도시지만, 관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 선택을 하는 인물들의 얼굴이다. 그래서 〈해운대〉는 스펙터클보다 감정으로 기억되는 재난 영화다.재난 이전의 세계를 충분히 보여주는 이유영화의 전반부는 의도적으로 느리고 일상적이다. 관객은 이 시간 동안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며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 구조는 매우 중요하다. 재난이 닥쳤을 때 관객이 느끼는 공포는 파도의 크기에서 오는 것.. 2026. 1. 29.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