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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11편 <왕의 남자> – 웃음으로 버티다 끝내 울게 되는 이야기 〈왕의 남자〉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남는 감정은 화려함보다 쓸쓸함이다. 줄타기 광대, 연산군, 궁중 암투라는 요소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분명 자극적인 사극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남는 것은 권력의 광기보다, 그 옆에서 조용히 버텼던 사람들의 얼굴이다. 〈왕의 남자〉는 웃음을 전면에 내세운 채 시작하지만, 결국 그 웃음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광대의 이야기로 시작된 사극이 영화의 가장 큰 선택은 시점을 바꾼 데 있다. 왕이나 신하가 아니라 광대의 눈으로 궁을 바라본다. 장생과 공길은 권력의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인물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왕 앞에 서서 가장 솔직한 말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웃음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 2026. 1. 2.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10편 <변호인>, 말 한마디가 역사를 흔들던 순간 〈변호인〉은 처음부터 거창한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박하다. 법정 영화라고 하기에도, 정치 영화라고 부르기에도 어딘가 어정쩡해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애매한 지점에서 출발해 결국 관객의 마음을 가장 깊은 곳까지 밀어 넣는다. 화려한 연출도, 극단적인 장치도 없다. 대신 말이 있다. 질문이 있고, 침묵이 있고, 끝내 입을 열게 되는 한 사람의 선택이 있다. 〈변호인〉은 바로 그 과정을 끝까지 따라가는 영화다.돈 잘 버는 변호사에서 불편한 변호사로송강호가 연기한 송우석은 영화 초반만 놓고 보면 그다지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다. 그는 성공했고, 현실적이며, 철저히 계산적이다. 정의보다는 실리를, 신념보다는 결과를 택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인물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어서 낯설.. 2025. 12. 31.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9편 <부산행>,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요. 〈부산행〉을 처음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좀비의 속도가 아니었다. 그들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얼마나 잔인하게 변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끝까지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부산행〉은 재난 영화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철저히 인간을 관찰하는 영화다. 위기 앞에서 누군가는 연대하고, 누군가는 철저히 자신만을 택한다. 이 영화는 그 선택의 순간을 끝까지 따라간다.재난 영화의 문법을 정확히 이해한 출발〈부산행〉은 시작부터 장르 영화의 규칙을 정확히 따른다. 이상 징후는 조용히 스며들고, 불안은 일상 속에서 조금씩 증폭된다. 영화는 설명을 아끼고, 상황을 보여주는 쪽을 선택한다. 이 덕분에 관객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폭주하기 전부터 이미 긴장 상.. 2025. 12. 30.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8편 <광해>, 왕이 된 남자, 가장 인간적인 왕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사극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유연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영화다. 왕과 신하, 권력과 음모가 등장하지만 이 영화가 끝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정치의 복잡함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다. 이 작품은 위대한 왕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자리에 앉았을 때 어떤 흔들림을 보이는지를 차분하게 따라간다. 그래서 〈광해〉는 역사 영화라기보다 역할에 관한 영화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 살아야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다.사극의 외형, 현대적인 질문〈광해, 왕이 된 남자〉는 사극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 던지는 질문은 매우 현대적이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꼼꼼히 재현하는 데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만약이라는 가정에 집중한다. 진짜 왕이 아닌 .. 2025. 12. 30.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7편 <도둑들>, 잘 만든 판이 왜 끝까지 흔들렸을까 〈도둑들〉은 기획 단계부터 흥행을 염두에 둔 영화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스타 캐스팅, 범죄 오락 장르, 해외 로케이션, 그리고 팀플레이 서사까지. 한국 상업영화가 쌓아온 성공 공식이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에게 친숙하다. 낯설지 않다.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는 형태다. 문제는 이 친숙함이 영화의 강점이자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 된다는 점이다.얼굴이 먼저 말하는 영화〈도둑들〉에서 인물은 설명되기보다 인식된다. 김윤석이 등장하면 묵직한 중심이 잡히고, 김혜수가 화면에 들어서면 긴장감이 생긴다. 이정재는 계산적인 인물일 것 같고, 전지현은 튀는 역할일 것이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영화는 이런 관객의 선입견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캐릭터를 하나하나 쌓기보다는 .. 2025. 12. 29.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6편 <베테랑> 생각은 필요 없고 통쾌함만 남았다, 베테랑의 힘 〈베테랑〉을 다시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이야기의 완성도나 서사의 깊이보다 감정의 속도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생각할 틈을 거의 주지 않는다. 분노해야 할 대상은 초반부터 분명하고, 그 분노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도 이미 정해져 있다. 〈베테랑〉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니다. 대신 감정을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영화다. 이 단순함이야말로 이 작품이 천만관객 영화가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관객은 판단하기 전에 반응하고, 이해하기 전에 이미 감정에 올라타 있다.멈추지 않는 진행, 숨 고를 틈 없는 서사류승완 감독의 연출은 늘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베테랑〉에서의 속도는 특히 노골적이다. 인물의 과거를 설명하는 장면은 거의 없고, 사건은 시작부터 끝까지 직선으로 달린다. 영화는 장면과 장.. 2025.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