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시트〉는 재난 영화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재난 서사의 문법을 상당 부분 비틀어 놓는다. 이 작품은 거대한 음모나 국가적 대응보다는, 아주 개인적인 무력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은 실패했고, 사회적으로 밀려났으며, 더 이상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고 믿지 못한다. 영화는 이 상태에서 재난을 투입한다. 그래서 〈엑시트〉의 재난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이미 무너져 있던 삶을 시험하는 마지막 질문처럼 작동한다.
재난 이전의 무력감
영화의 시작은 재난과 거리가 멀다. 용남은 취업에 실패했고, 가족 앞에서 늘 미안한 존재다. 그는 성실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했고, 그래서 더 이상 노력하는 법을 믿지 않는다. 이 무력감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감정의 출발점이다. 재난은 이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실패한 청년이라는 설정
용남은 영웅과 거리가 멀다. 그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그것을 사회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이 설정은 중요하다. 영화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이 있어도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이는 관객의 감정 이입을 강하게 만든다.
재난의 성격
〈엑시트〉의 재난은 비가시적이다. 유독 가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빠르게 확산되고 치명적이다. 이 설정은 공포를 극대화한다. 무엇보다 이 재난은 협상할 수 없고, 설득할 수도 없다. 오직 피하는 것만이 생존의 조건이다.
도망치는 영화가 아닌 이유
이 영화는 끊임없이 이동하지만, 단순히 도망치는 영화는 아니다. 용남과 인물들은 매번 선택을 해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구를 먼저 도울 것인가, 언제 포기해야 하는가. 이 선택들은 즉각적인 생존과 직결된다.
의주라는 또 다른 축
의주는 용남과 닮아 있으면서도 다르다. 그녀 역시 능력이 있지만, 그것을 드러낼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실패의 경험이다. 영화는 이 실패의 경험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능력의 재발견
용남의 암벽등반 실력은 사회에서는 쓸모없어 보였지만, 재난 속에서는 생존의 핵심 도구가 된다. 이 전환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능력은 맥락이 바뀌는 순간 생존의 열쇠가 된다.
재난 속의 유머
〈엑시트〉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 유머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이 공포를 견디는 방식이다. 웃음은 이 영화에서 저항의 형태다.
개인의 책임
이 영화는 국가나 시스템의 빠른 개입을 기대하지 않는다. 구조는 늦고, 도움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인물들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 구조는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동시에, 선택의 의미를 분명하게 만든다.
도움의 확장
용남의 선택은 점점 확장된다. 처음에는 자기 자신, 그다음에는 가족, 이후에는 타인으로 향한다. 이 확장은 영웅적 각성이 아니라, 선택의 누적이다. 그는 갑자기 용감해지지 않는다. 단지 포기하지 않을 뿐이다.
공간의 수직성
〈엑시트〉는 수직 이동이 많은 영화다. 위로 올라가야만 살 수 있다. 이 설정은 단순한 액션 장치가 아니라, 사회적 은유로도 읽힌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위를 향해 오르는 이야기.
협력의 조건
재난 속에서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영화는 이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시킨다. 도움을 주는 행위는 도덕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된다.
포기의 유혹
영화는 여러 차례 포기의 순간을 제시한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 선택지가 사라졌을 때. 이때 인물들이 붙잡는 것은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아주 개인적인 이유다.
부모 세대와의 관계
용남과 부모의 관계는 이 영화의 감정적 핵심 중 하나다. 실패한 자식과 기다려온 부모. 재난은 이 관계를 극단으로 몰아붙인다.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행동으로 드러난다.
재난 이후를 상상하지 않는 영화
〈엑시트〉는 재난 이후의 사회를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살아남는 순간에 집중한다. 이 선택은 영화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을 버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선언.
영웅의 부재
이 영화에는 완벽한 영웅이 없다. 용남은 끝까지 불안하고, 실수하며,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이 지속성을 영웅성으로 정의한다.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
관객은 초반에 웃다가, 중반에 긴장하고, 후반에는 응원하게 된다. 이 감정의 이동은 의도적이다. 영화는 관객을 주인공과 같은 위치로 이동시킨다.
지금 이 영화가 의미 있는 이유
〈엑시트〉는 특정 재난을 넘어, 불안정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상태를 정확히 포착한다. 언제든 추락할 수 있고, 언제든 다시 올라가야 하는 상황.
끝까지 남는 태도
이 영화가 끝난 뒤 남는 것은 기술이나 액션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능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태도는 끝까지 남는다.
〈엑시트〉는 재난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는 영화가 아니다. 무력감 속에서도 다시 한 번 손을 뻗는 태도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래서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72편 <엑시트>로 남는다. 살아남는 기술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먼저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