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티〉는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이지만, 이 작품을 끝까지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우주선도, 기술도 아니다. 남는 것은 아이의 얼굴이다. 조금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아이, 그리고 누군가와 처음으로 완전히 연결되었다고 믿게 된 아이의 표정이다. 이 영화는 SF의 외피를 빌려 성장의 순간을 기록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출발은 언제나 집 안이다
영화는 거대한 사건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교외의 평범한 주택, 어수선한 저녁 식사, 어른들의 무심한 대화. 이 공간은 안정적이지만 동시에 비어 있다. 부모의 이혼 이후 집 안에는 설명되지 않은 공백이 남아 있고,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공백을 견딘다. 〈이티〉는 이 결핍을 요란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공기를 통해 보여준다.
엘리엇이라는 아이의 고독
엘리엇은 문제아도, 특별히 밝은 아이도 아니다. 그는 다만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한 아이다. 형과 누나 사이에서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 있고,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늘 한 박자 늦다. 영화는 이 아이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있다.
이티의 첫 등장
이티의 첫 등장은 의도적으로 낯설고 어색하다. 그는 위협적이지도, 완전히 친근하지도 않다.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이티는 침략자가 아니라, 남겨진 존재다. 이 설정 하나로 영화의 정서는 이미 결정된다.
두 존재의 닮은 점
엘리엇과 이티는 서로를 이해한다기보다 알아본다. 둘 다 자기 세계에서 이방인이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안고 있다. 이 연결은 논리보다 감각에 가깝다. 영화는 이 관계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이 체감하게 만든다.
감정의 동기화
영화 중반부, 엘리엇과 이티의 감정이 연결되는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 이 장치는 아이가 타인의 감정을 처음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시각화한 것이다.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공유된다. 이 연결은 성장의 통과의례처럼 작동한다.
어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이유
영화 초반부에서 어른들은 대부분 얼굴이 잘려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연출상의 선택이 아니다. 아이의 세계에서 어른은 기능과 권력으로만 인식된다. 얼굴 없는 존재들. 이 시점이 영화 후반부에 가서 바뀌는 순간, 관객은 아이의 성장을 함께 체감하게 된다.
과학이라는 이름의 침입
정부 기관과 과학자들의 등장은 영화의 분위기를 급격히 변화시킨다. 그들은 보호를 말하지만, 그 보호는 통제와 동일하다. 비닐로 덮인 집, 차가운 장비, 숫자로 환원되는 생명. 이 장면들은 아이의 세계가 어른의 논리에 의해 얼마나 쉽게 파괴되는지를 보여준다.
자전거 장면의 재해석
하늘을 나는 자전거 장면은 자유의 상징으로 자주 언급되지만, 이 장면의 본질은 탈출이다. 아이들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도망친다. 이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승리해서가 아니라, 아직 지켜야 할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별을 준비하는 영화
〈이티〉는 이별을 미리 예고한다. 관객도, 엘리엇도 언젠가 이 순간이 올 것을 알고 있다. 영화는 이 불가피함을 숨기지 않는다. 대신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천천히 묻는다.
죽음처럼 보이는 장면
이티가 죽은 것처럼 보이는 장면은 아이가 처음 마주하는 상실의 감각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카메라는 감정을 과잉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멀찍이 떨어져 바라본다.
되살아남보다 중요한 감정
이티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엘리엇이 이미 이별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부활은 이야기의 장치일 뿐, 감정의 완성은 그 이전에 이뤄진다.
“I’ll be right here”의 의미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관계는 거리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기억 속에 남는 존재는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선언이다. 아이에게 이 말은 평생 남는다.
성장의 정의
엘리엇은 영화가 끝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를 알게 된다. 사랑하는 존재는 떠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성장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이티
어릴 때는 이티의 외모와 모험이 기억에 남는다. 어른이 되면 엘리엇의 표정과 어른들의 무력함이 보인다.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시대를 넘어서는 이유
〈이티〉는 기술적으로 오래된 영화가 되었지만, 감정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외로움, 연결, 이별. 이 세 가지는 시대를 타지 않는다.
이 영화가 조용히 위대한 이유
이 영화는 크게 외치지 않는다. 교훈을 말하지 않고,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 각자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래서 조용히 오래 남는다.
〈이티〉는 외계 생명체를 보내는 영화가 아니다. 한 아이가 조금 더 어른이 되는 순간을 기록한 영화다. 그래서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55편 <이티>로 남는다. 떠나는 존재보다, 남겨진 감정을 끝까지 책임지는 드문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