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서론) – 낯선 자가 들어온 마을
〈곡성〉은 전라남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비가 내리는 산길, 안개 낀 숲, 닭 울음 소리와 함께 영화는 일상의 풍경을 천천히 보여준다. 이곳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공간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 균열이 생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가족이 가족을 해치는 기이한 일이 반복된다. 사람들은 병이라 말하지만, 그 양상은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주인공 종구는 이 마을의 경찰이다. 그는 성실하다기보다는 평범하고, 때로는 어수룩하다. 그의 시선은 관객의 시선과 닮아 있다. 처음에는 사건을 단순한 범죄로 본다. 그러나 현장은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피해자들의 눈빛, 설명되지 않는 행동, 피로 얼룩진 공간은 점점 비현실적인 기운을 품는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외지인’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왔다는 한 노인이 산속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그가 온 이후로 사건이 시작되었다는 말이 퍼진다. 증거는 없지만 공포는 빠르게 번진다. 사람들은 원인을 찾고 싶어 한다.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은 누군가를 지목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종구 역시 점점 외지인을 의심한다. 그러나 그의 의심은 확신이 아니라 불안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의 시작은 명확하지 않다. 무엇이 병이고 무엇이 저주인지,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단정할 수 없다. 〈곡성〉은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서론은 단순한 사건의 발단이 아니다. 그것은 믿음이 무너지는 과정의 시작이다. 마을은 여전히 평화로운 풍경을 유지하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퍼지고 있다. 악은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다. 조용히 스며든다.
2부(본론) – 믿음, 의심, 그리고 선택
종구의 딸 효진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서 사건은 개인적인 공포로 바뀐다. 그녀는 이유 없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점점 다른 존재처럼 보인다. 종구는 이제 경찰이 아니라 아버지다. 이성은 점점 흔들린다.
무당 일광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굿판 장면은 영화의 중심축이다. 북소리와 주문, 피와 동물의 울음이 뒤섞인 장면은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관객은 무엇이 진짜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일광은 외지인이 악의 근원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 말 역시 확실하지 않다.
한편 의문의 여인이 종구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외지인이 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의 존재는 더욱 혼란을 가중시킨다. 종구는 선택해야 한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영화는 단서를 주지만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외지인의 집에서 발견되는 사진들, 피해자들의 모습, 반복되는 상징들은 해석을 요구한다. 그러나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곡성〉은 단순한 오컬트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공포 앞에서 얼마나 쉽게 판단을 흐리는지를 보여준다.
종구는 결국 외지인을 공격한다. 그것이 딸을 구하는 길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악은 하나의 얼굴로 고정되지 않는다. 믿음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본론은 끝없는 질문의 연속이다. 악은 외부에서 오는가, 아니면 내부에서 자라는가. 두려움은 사실을 왜곡하고, 확신은 오판을 낳는다. 종구의 선택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인간적인 공포의 결과다.
3부(결론) – 끝내 남는 질문
결말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종구는 결국 가장 두려워했던 상황을 마주한다. 믿었던 것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선택이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이다.
외지인의 정체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악마일 수도 있고, 인간일 수도 있다. 무당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어느 한쪽을 완전히 확정하지 않는다. 대신 종구의 표정을 남긴다. 공포와 후회, 그리고 깨달음이 뒤섞인 얼굴.
〈곡성〉은 악의 본질을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의 믿음을 질문한다. 우리는 두려울 때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증거인가, 소문인가, 감정인가.
영화는 끝났지만 질문은 남는다. 그래서 〈곡성〉은 단순히 무서운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장면 하나, 대사 하나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다.
그래서 이건 꼭 보자!! 천만관객 영화 제 127편 <곡성>. 공포의 외형을 빌려 인간의 믿음과 의심, 선택의 책임을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악은 어쩌면 외부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확신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